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인용된 경우,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에게 2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책배우자의 부정행위 기간 동안 상대방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전보(塡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위자료 액수가 30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법원 안팎에선 이혼 사건, 특히 유책배우자로 인한 이혼의 경우 높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며 위자료 액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6월 A 씨가 B 씨에게 제기한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B 씨는 A 씨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에서는 최근 손해배상소송에 관한 실무적인 연구와 더불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관해 대안을 제시하고자 ‘손해배상소송 커뮤니티’가 개설됐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손해배상 수준 등에 관한 실무적 타당성을 점검·개선하기 위함이다.
“이율배반적 행위로 배우자 권리 침해했다면 유책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전보해야”
1974년 혼인신고로 부부가 된 A 씨와 B 씨는 자녀 3명을 두고 혼인생활을 했다. 2006년 12월 B 씨는 A 씨를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2009년 1월 법원에서는 “B 씨는 혼인기간 중 다른 여자를 소개받아 만나기도 했고, 일방적으로 가출한 후 A 씨와 연락을 끊었으며 가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C 씨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의 행동을 했으므로 B 씨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고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로서 이유 없다”며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B 씨는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돼 확정됐다.
B 씨는 첫 이혼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 약 2년 7개월이 지난 뒤 2016년 6월 A 씨를 상대로 다시 이혼 등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첫 이혼소송 판결과 같은 이유로 유책배우자인 B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B 씨는 다시 항소했다.
2심에선 이 판단이 뒤집혔다. 2심은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B 씨의 유책행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혼인기간 동안 A 씨와 B 씨 사이에 재산관리 주도권 등을 둘러싼 갈등도 혼인 파탄의 상당한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책배우자인 B 씨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양측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심리불속행)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혼이 확정된 지 2년 가량이 지난 뒤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이혼청구가 인용됐기는 했으나, 부부 사이의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B 씨에게 있다”며 위자료 5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두 차례 이혼소송에서 B 씨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책배우자인 B 씨의 이혼 청구를 다투는 그 자체가 ‘A 씨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장기간의 이혼 소송 끝에 유책배우자인 B 씨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역시 A 씨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첫 이혼소송을 제기한 직후부터 B 씨는 A 씨를 상대로 각종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부분 패소했다”며 “B 씨가 A 씨를 상대로 무리하게 제기한 관련 민사소송 역시 A 씨에게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A 씨와 B 씨는 공동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임대보증금 및 차임을 A 씨가 직접 관리하는 대신 B 씨가 A 씨로부터 부동산 임대 수입 중 월 1000만 원을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받기로 약정했으나, 첫 이혼소송을 제기한 직후부터 B 씨는 A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건물인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 다수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월 1000만 원의 금액은 B 씨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 지분에 해당하는 차임 상당액보다 작은 금액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기간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 행위를 통해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했다면, 그 기간 동안의 유책행위로 인해 A 씨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전보(塡補)할 수 있는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B 씨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A 씨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다수의 여성들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하는 등 정신적·육체적인 측면에서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 등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진 B 씨의 고의적인 유책행위로 인해 A 씨에게 발생한 손해를 전보할 수 있는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혼 사건 위자료 액수, 현실화해 더 높여야”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위자료 액수는 대체로 3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현재 법원에는 손해배상액과 위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교통사고의 경우 2015년 1월 서울중앙지법 교통·산재실무연구회가 공표한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 기준금액인 1억 원을 대부분 상한선으로 한다. 이혼 관련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는 이 상한선을 넘는 경우가 흔치 않고, 청구 금액 역시 대체로 이를 넘지 않는다. 혼인파탄의 원인 및 책임의 정도나 혼인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1억~3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에 대해서도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사건의 경우 △부정행위 등과 같은 유책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 등 혼인관계에 관한 상대방 배우자의 법익을 고의적으로 침해하는 내용과 성격인 점 △고의적인 부정행위가 1회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혹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쌍방 당사자의 재산상태나 경제규모, 재산분할의 결과 등이 함께 고려되면서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1심보다 위자료 액수가 크게 증액됐다.
법조에서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의 위자료 범위를 현실화해 지금보다 더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송 및 상담시 법률사무소 이김 윤 명 선 사무장 010-4878-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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