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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선 칼럼) 부동산, 나는 아무 죄도 없소.

법률사무소 태온 교통사고 음주운전 전담센터 2013. 4. 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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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땅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근본이 되었고, 나에게 집을 붙인 후 당신들이 부동산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지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내 위에서 살고, 내 품에서 수억,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언제부터인지 나에 대한 소유권을 옮길 때마다 돈으로 계산하고 있음이 이상합니다.

 

나를 많이 가진 사람들은 늘 부유했고, 나를 적게 가진 사람들은 가난했었음은 유구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나를 많이 가지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돈을 벌면 나에게 지번과 동. 호수를 매기고, 문서로 만들어 시세차익이 나면 늘 돌아가면서 팔고 사기를 거듭 했었지요.

 

천 년 전에 죽은 사람부터 현재 살아있는 사람까지 나를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송나라 시인 임포는 부동산보다는 오직 “매화를 아내삼고, 학을 자식삼고 살고 싶다(梅妻鶴子)”고 했으니 나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긴 해도 그 분이 요즘 사람으로 인사청문회라도 나오게 되면 아마 걸리는 게 있을 겁니다.

 

1980년대 이후 들어 나를 갖기 위한 수법으로 위장전입이라는 게 있었고, 개발이 되는 곳에는 ‘딱지’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강남의 복부인들이 ‘나’라는 딱지를 좋아했었는데 그럴 때에는 하루 자고 나면 내 몸값이 올랐었고, 귀부인들 수입제 가방 속에서 주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2000년, 그러니까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내 별명은 분양권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 하나를 차지하려고 밤새워 견본주택 앞에 줄을 서기도 했었지요. 내가 당첨이 되면 외제차 한 대씩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운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갖은 고생을 하고 있네요. 2005년 들어 다시 힘을 얻으려고 하는데 정부에서 ‘강남 재건축사면 곧 후회할 것’이라 했고, 대출규제책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비경작토지 양도세 중과세 등 온갖 규제책을 내놓는 바람에 오늘까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시골 땅은 더합니다. 비경작 농지를 살 사람도 없지만, 팔더라도 60%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팔수도 없고, 살수도 없는 그런 딱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비경작 토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폐지되나 기대했더니 그런 안건은 의논조차 안 했다면서요? 농민들의 마음과 다주택자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요즘 나를 놓고 거래하자는 사람이 나오고 있답니다. 6억 이하, 85㎡ 이하짜리로 말입니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서게 되면 건설회사는 물론이고, 하청업체. 연관업체들은 줄초상이 나게 되고, 내 뒤를 따라오는 모든 내수가 식어 경제성장이 발목이 잡힐 수 있을 테니 정부에서 세금 없애거나 깎아준다고 권주가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반짝 효과야 있겠지만, 약발이 떨어지는 날엔 어찌하실 겁니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은 사교육비와 가계부채에 짓눌려 중산층이 붕괴되고, 대기업공장의 해외이전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더 이상 한강의 기적은 작동하기 어렵다”고,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하나하나 맞아가고, 내 이름 부동산은 100㎏ 몸무게에서 60㎏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나를 지극히 사랑하던 노후 세대들은 많은 재산을 잃고, 늘어가는 기대여명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이건 내 죄가 아닙니다. 정치를 잘못한 죄일 것이고, 경제운용을 잘못한 죄라고 봐야 합니다.

 

나에게서 흐르는 돈은 모든 경제를 살려내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년째 나를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값마저 내려 제 자신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오죽이나 사정이 어려웠으면 취득세 공짜로 이전등기 해 주겠다고 하겠습니까? 집 사라고 멍석 깔아주는 일은 흔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번 부동산대책은 처음에는 강남이 울다가 나중에는 웃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처음에는 웃다가 나중에는 울고 있습니다. 발표 당시에는 제법 거창했으나 시간이 가고, 야당이 간섭할 때마다 혜택의 폭이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신규주택이나 미분양에 대한 양도세 면제 9억이면 어떻고, 10억이면 어떻습니까? 또 다주택자가 가지고 있는 집은 재수 없는 집이라도 됩니까?

 

이왕 주택시장 살려내고 건설회사 살려주려면 신규. 미분양의 양도세감면도 9억으로 해줄 일이고, 다주택자들도 집을 팔 수 있도록 해줘야지 1가구1주택자가 가진 6억이하 또는 85㎡이하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이 이렇게 되면 큰 집 분양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영원한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요,

 

기존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6억이면 어떻고, 10억이면 어떻습니까? 굵은 집 어서 팔고 움직이도록 해줘야지 “너는 10억짜리에서 살다가 고이 죽어라”한다면 불공평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10억짜리라도 대출이 5억인데? 현재 내가 팔리지 않아 목메어 울고 있는 새가 어떤 새입니까? 한때 꾀꼬리 행세를 했던 다주택자들 아니겠습니까?

 

글쓴이 : 윤명선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운영자.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 팀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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