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이혼했으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재혼했다면 배우자에게 유족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68년 군인 정모씨와 결혼한 이모(67)씨는 결혼 30년 만인 1997년 이혼했다. 남편의 빚이 4000만원이 넘어 빚 독촉에 시달리자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법률상 이혼한 뒤에도 한집에 살며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그리고 남편이 빚을 갚고 난 뒤 2002년 11월에는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이씨는 남편이 지난해 5월 퇴직연금을 받던 중 사망하자 국방부에 군인유족연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군인연금법은 퇴직 후인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에 대해서는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씨와 남편과 다시 혼인 신고를 한 2002년에는 정씨가 64세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씨는 군인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요청했으나 기각당하자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이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유족연금지급 불가결정 취소소송(2012구합43147)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혼 당시 이씨의 남편이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고, 빚 독촉을 피하고자 위장 이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위장 이혼한 이후에도 정씨와 동거하면서 혼인 생활을 유지했으며 이혼 신고 이후 빚을 갚고 나자 5년 만에 다시 혼인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씨는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가 아니라 연금 지급대상에 해당하는 배우자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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