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계약이 해제되면 건물을 사들이려던 사람이 건물주에게 지급한 금액을 모두 포기한다는 손해배상 예정 약정을 했더라도 매수 희망자의 투자 비용이 과다하면 손해배상 예정액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모텔을 매수하려던 A씨가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한 B씨를 상대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나12292)에서 "손해배상 예정으로 받은 금액이 부당하게 많으므로 B씨는 중도금 7500만원을 돌려주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물주인 B씨는 매매계약을 해제한 후 A씨가 정식으로 입주하기 전에 실시한 방수·방염 공사 비용이나 실내 전자제품 등 교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면서 모텔을 요양원으로 변경해 제3자에게 처분했다"며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한 1억2500만원 중 계약금 5000만원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잔금지급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해제 시까지 발생한 비용과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모텔에 물이 새 방수 공사로 비용이 지출된 점, 비어 있던 3층에 볼링장에 들어서면서 소음으로 정상적인 모텔 영업이 어려운 점, 모텔 사업자등록 명의가 B씨로 돼 있어 모텔 영업으로 인한 신용카드 이용대금 수입이 B씨 명의의 통장으로 지급된 점, 계약금과 중도금의 합이 1억2500만원으로 매매대금 3억원의 약 42%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손해배상 예정액으로는 너무 많아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07년 5월 B씨와 건물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B씨에게 잔금을 주기 전에 건물을 인도해 모텔 영업을 하던 중 "건물의 누수 문제와 건물 내에 볼링장이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소음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영업할 수 없다"며 잔금 지급을 거부하자 B씨는 A씨의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했다.
A씨는 "B씨가 계약을 해제했으므로 원상회복으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을 맡은 안산지원은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한 볼링장 입점 등에 대해 B씨의 채무불이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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