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4억원에 이르는 웃돈이 붙었던 판교신도시 주택들이 집값하락과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해 경매에 붙여지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판교신도시 전경. /한경DB
2006년 공급 당시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판교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된 K씨는 최근 집을 경매당하는 처지가 됐다. 계약하면 3억원이 넘는 웃돈이 붙을 것이란 중개업소들의 말만 믿고 형편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2009년 12월 입주시점에 그는 근저당을 설정하고 하나은행에서 4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사실상 대출로 분양대금을 치른 것이다. 판교에서 직장이 멀었던 탓에 해당 아파트는 2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한때 8억원을 호가하던 이 집은 현재 시세가 6억8000만~7억원 선이다. 빚과 전세금 7억원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이다. 하나은행은 K씨가 월 200만원 전후의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자 이 집을 경매에 부쳤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판교신도시에서 경매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중개업계는 “분양권 상태에서 붙은 웃돈(프리미엄)을 지키기 위해 3억~4억원씩 대출을 받았던 집들이 경매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 하락·거래 부진 얽혀 경매 속출
24일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판교신도시에서 올 들어 12가구의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고, 지금도 17가구가 경매 대기 중이다. 판교아파트 경매의 경우 입주가 본격화된 2009년 무렵엔 1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9가구가 경매된 데 이어 작년엔 12가구가 경매로 처분됐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하반기 들어 경매에 부쳐지는 판교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판교아파트 당첨자들이 웃돈을 지키기 위해 너무 많은 대출을 받은 게 경매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판교의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무주택 기간이 긴 서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4억원에 육박하는 분양대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분양권에 3억~4억원씩의 높은 웃돈이 형성되자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계약을 유지했다. 실제 경매로 나온 아파트들은 예외없이 입주 직후부터 3억~4억원대의 대출을 끼고 있다.
문제는 올 들어 집값이 1억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발생하고 있다. 경매전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이자부담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가격마저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깡통이 된 집을 포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웃돈 없는 단지마저 출현
판교에선 2006년부터 아파트 분양이 본격화됐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3억7000만~4억1000만원 선이었다. 2009년 입주시점엔 7억~8억원대를 호가했다.
그러나 올 들어 집값이 최고 1억원 정도까지 떨어지면서 단지별로 호가가 6억~7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운중동 산운마을 14단지 전용 115㎡형 등 일부 서판교지역 중대형은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동판교의 상당수 아파트 값은 지금도 분양가보다 2억~3억원 높은 수준이지만, 수억원씩 대출을 끼고 있을 경우 금융이자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올해부터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3년 보유)’을 충족한 매물이 줄줄이 나오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단지가 2009년 1월부터 입주한 까닭에 올 1월부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단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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