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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건설사들 '입주율 높이기' 마지막 몸부림

법률사무소 태온 교통사고 음주운전 전담센터 2012. 10. 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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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꺼리는 계약자들 위해 단지 내 영어마을 만들고 입주시 지원금·교통편 지원
"입주 때 들어오는 잔금은 다음 사업을 위한 밑천"
규모 작은 회사 돈줄 막혀 올 겨울 연쇄 도산 '비상'

"최악의 주택경기 상황이 3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어요. '입주 마케팅'이라는 마지막 수단에 명운을 걸고 있는 회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올겨울, 도산 위기에 몰리는 주택업체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한 주택건설사 A 임원)

장기간 건설시장 침체를 겪어온 건설사들이 올가을 '입주율 제고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로 옮겨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주택 거래가 얼어붙은 데다 9월 들어 입주 관련 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29일 인천시 서구 경서동 반도 유보라 아파트에 입주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입주율 높이기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우선 이사철인데도 불구하고 9월 주택거래량(3만9800여건)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나 줄었다. 국내에서 주민등록을 옮긴 사람도 9월 50만5000여명으로 25년 8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9월(67만여명)과 비교해도 75% 선에 불과하다.

이사 가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입주 문제로 국내 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입주를 거부하며 소송전을 벌이는 계약자들이 늘면서 연체율은 1.9%로 201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말 1.7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계속 연체율이 경신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정부나 금융기관 등에서도 입주율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펼쳐 거래 활성화에 나서는 것이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입주율 높이기'에 사활을 거는 것은 입주 때 들어오는 잔금이 사실상 건설사의 '젖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잔금은 보통 분양가의 30% 안팎으로, 평균 집값이 3억원 안팎인 500가구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면 총분양가 1500억원 중 450억원이 입주 때 들어온다.

하지만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올해 입주 예정 단지의 최초 평균입주율은 67.9%(추정치)다. 30% 이상이 빈집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작년 입주 예정 아파트도 8월까지 10%가량이 미입주로 추정된다.

A 중견 건설사 분양 담당 간부는 "분양 때 받은 돈은 공사대금으로 쓰지만, 잔금은 각종 금융비용을 치르고 이윤이 되기 때문에 다음 사업을 위한 밑천"이라며 "입주율이 떨어지면 규모가 작은 회사는 당장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분양한 754가구 규모의 '반도유보라 2차' 아파트에 분양계획에 없었던 '단지 내 영어마을'을 만들었다. 편의시설 부족 문제로 입주를 꺼리는 계약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1년 운영비 2억5000만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입주 시 지원금을 주고 셔틀버스 2대를 투입해 교통편도 지원한다.

세입자를 구해주는 서비스도 잇따르고 있다. 계약자가 제때 잔금을 내지 못하면 연체료를 물거나 예금을 압류당할 수 있어, 전세금을 잔금에 보탤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동부건설은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인천 계양 센트레빌'에서 이미 계약자들에게 세입자를 찾아주는 '전세 1대1 매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고경영자(CEO) 이순병 부회장까지 현장을 찾아 이 제도를 점검할 정도로 입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단지 안에 편의시설을 확충해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거나 관리비 지원을 하는 단지도 많다. 1가구당 분양가의 5% 안팎의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도 나오는 등 사실상 분양가 할인을 해주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입주난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는 실수요자들이 기피하는 대형 아파트 입주물량만 1만7000여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가량 늘었다. 수도권뿐 아니라 최근 2~3년 새 집중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지방에서도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서서히 늘어날 예정이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대규모로 개발해 주택을 일제히 공급하는 방식이 시장 침체기에 입주난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순차적인 개발과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계의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