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얼마 전 은퇴한 60대 A씨는 노후 생활 자금 마련을 위해 수익형 부동산을 알아보다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가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찾았다. 그는 ‘지식산업센터 분양 전문’이라는 문구를 내건 중개업소에 들어가 분양 중인 지식산업센터 현황과 수익률 등을 소개받았다. “지식산업센터 임대가 불법이 아니냐”는 A씨의 질문에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인이 임대 목적으로 분양받는 것은 국가 지정인 구로산업단지 같은 곳만 불법이고 이곳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례2.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려는 40대 B씨는 최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한 중개업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그가 방문한 중개업소에는 이미 2팀이 지식산업센터 관련 상담을 받고 있었고 상담 대기자도 2~3팀이나 됐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는 지식산업센터를 개인 임대 목적으로 분양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정부에서 개인 임대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어서 곧 합법적으로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 두 사례에서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말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산업단지 안에 조성된 것뿐 아니라 민간 택지에 들어섰다 하더라도 임대가 목적인 개인은 분양을 받거나 매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취득 자격이 있는 사업자인 것처럼 등록해 분양받는 편법 행위가 성행하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에는 지자체장이 정한 업종(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업 등)만 입주할 수 있는데, 입주 업종에 임대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아직까지 없다.
정부가 개인 임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도 2년 전 검토됐으나 현재는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당시엔 부동산업계 등의 요구로 임대업 허용을 검토했지만, 지금은 투기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낮은 투자비·높은 수익률… 투자자 편법 분양 유혹
지식산업센터의 편법 분양이 급증한 것은 유망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투자자와 임대료가 저렴한 업무 공간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지식산업센터는 오피스텔이나 상가와 같은 수익형 상품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적다. 분양가가 3.3㎡당 700만~900만원 선(서울 기준)으로 일반 오피스(3.3㎡당 평균 1550만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동구 성수동에서 분양한 지식산업센터인 ‘서울숲SK V1타워’는 실사용 면적 141㎡짜리 분양가가 총 3억 8500만원이었다.
분양가가 낮다 보니 다른 수익형 상품보다 수익률은 더 높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재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은 5.7%인 반면 지식산업센터는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이 개인이 아닌 기업이다보니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걷히는 데다 지식산업센터가 대부분 역세권 등 좋은 상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투자금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셈이다.
임차 수요도 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로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기 위해 수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오피스에 비해 임대료와 관리비가 저렴한데다 업무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최근 분양권에 웃돈까지 붙고 있다. 문정동 C공인 관계자는 “올해 분양한 A단지의 경우 처음에는 1000만~2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는데 얼마 전에는 4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요즘에는 물건을 선점한 사람들이 웃돈이 계속 오르니까 물건을 내놓지 않고 쥐고 있어 거래는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임대차 이면계약도 성행…적발시 형사 처벌
편법 분양 방법은 간단하다. 분양을 받으려는 개인이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면 법적으로 문제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편법으로 분양을 받아 임대를 놓는다 해도 입주 업종에 맞는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편법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이면 계약을 통해 불법으로 임대를 하고 있다. 분양 때부터 시작된 편법의 고리가 임대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양업자나 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진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문정동 M공인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를 알아보려고 왔다는 얘기에 “입주 업종에 맞게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어 분양받은 뒤 이면계약으로 임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임차인도 다 연결시켜 주겠다”며 불법 행위를 부추겼다. 그는 이어 “문정동은 (임대 목적) 투자자 75%, 사업자(실수요자) 25%로 거의 투자자들이 분양을 주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 행위가 적발됐을 때는 처벌을 받게 된다. 사안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진다. 사안이 중대해 형사 고발됐을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최근 1~2년 새 지식산업센터가 수익형 부동산시장의 틈새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꽤 많은 공급 및 거래가 이뤄졌다”며 “대부분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계약자들이 공급 과잉에 따른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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