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채권 가압류에 관해 중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대법원 2013. 1. 17.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국민 다수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인데도 아직 그 의미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2007년 8월 A는 주택을 구입했습니다. 그 집에는 임차인이 보증금 3,000만원에 살고 있었으므로 A는 거래관행대로 보증금채무를 떠안고 매수했습니다. 얼마 후 임차인이 이사를 하게 되어 A는 임차인에게 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주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정도 지난 2009년 11월 A는 법원으로부터 채권추심명령을 받게 됩니다.
2년 전 이사 나간 임차인의 채권자인 B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B가 임차인의 보증금채권에 대해 A의 주택구입 전 이미 가압류를 받아둔 것이었습니다. 예전 집주인은 가압류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유자가 계속 바뀌는 과정에서 A는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A가 이미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지급했다고 다투자 B는 A를 상대로 보증금 지급을 구하는 추심금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B의 주장이 옳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주택의 임차보증금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승계의 효과가 실체법 뿐 아니라 가압류와 같은 집행법적인 권리관계에도 미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임대차보증금채권을 가압류한 채권자는 임대주택이 양도되더라도 현재의 주택 소유자에게 보증금채권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인 것입니다. 채권자 보호를 우선한 판결입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매한 매수인은 예측하지 못한 손실을 볼 우려가 있습니다. A의 경우처럼 이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해 주었는데도 보증금채권을 가압류한 임차인의 채권자가 나타나면 그에게 다시 보증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중지급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택 구매 시 전 소유자와 임차인으로부터 가압류 통지 등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압류 등이 되어 있는 사실을 드러나면 주택거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 전 소유자 등이 가압류 사실을 제대로 알려줄 것인지 의문입니다.
채권가압류의 경우 등기가 되는 것도 아니므로 전 소유자 등이 알려주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실제 5명의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을 따를 경우 임대주택을 양수하고자 하는 자가 거래에 관해 조사해야 할 부담이 늘어나 거래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대차가 수반된 주택거래가 다수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수인 입장에서 거래 시 확인할 사항이 더 늘어났습니다. 불필요한 이중지급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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