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땅 주인(매도인)은 이 땅을 다른 사람(매수인)에게 팔았는데, 매수인은 계약금과 중도금은 지급하였으나,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행기를 경과하였습니다. 이에 땅 주인인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여러 차례 이행 할 것을 요구(최고)하였지만, 여전히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땅 주인은 토지 매매계약을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하려고 합니다. 계약 해제가 가능할까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계약해제는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토지의 매도인은 매수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행을 청구할 수도 있고,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사례에서 문제의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가 내 소유의 토지를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토지거래허가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과거 ‘국토이용관리법’에서 규율하던 것을 현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는 “허가구역에 있는 토지에 관한 소유권·지상권(소유권·지상권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설정(대가를 받고 이전하거나 설정하는 경우만 해당한다)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공동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가 정권을 잡는지에 관계없이 부동산 관련 정책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투기 억제 등의 목적을 이유로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지거래 허가제도는 사유재산에 대하여 커다란 제한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토이용관리법 시절부터 헌법에 위반된다(위헌)는 논란이 있었고, 실제로 일부 조문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의 토지에 대해서 우리 대법원은 다소 특별한 법률이론(법리)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토지의 매매의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유동적으로 무효인 상태이고, 허가를 받을 때 비로소 확정적으로 소급하여 유효가 된다는 법리입니다. 이른 바 ‘유동적 무효’라는 이론인데요, 이 이론은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정착되어 왔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여 법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사실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계약입니다.
대법원의 유동적 무효라는 법리를 살펴보면, 토지거래 허가를 받을 것은 전제로 한 거래계약은 허가를 받기 전인 상태에서는 유동적 무효 상태이므로, 어떠한 채권적 효력도 발생하지 아니하여 어떠한 이행청구도 할 수 없으며, 거래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93다25875).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각 당사자는 그 계약이 효력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러한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90다12243).
참고로 위의 사례에서 매수인이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라면, 매도인은 지급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위 계약을 해제(해약금 해제)할 수 있습니다(97다9369).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 사이에 당사자 일방이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허가신청에 이르기 전 매매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유효하게 할 수 있습니다(96다49933).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내의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더 이상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당해 매매계약은 확정적으로 유효가 됩니다(98다40495).
토지거래 허가가 나지 않거나 계약을 해제해야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 주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양 당사자는 서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청구할 수 없고, 협력의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손해의 액수 증명이 매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손해배상의 액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에서 증명해야 하는 것인데, 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얼마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른바 ‘손해배상의 예정’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던지 별개의 약정을 체결하라고 조언하고는 합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구역내의 토지를 매매하는 경우에는 양당사가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는 협력 의무가 있음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 배상할 액수를 미리 정해 놓는다면, 실제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나에게 손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증명할 필요가 없이 청구가 가능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내의 토지를 매매하는 경우, 많은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고, 각종 법령에서 광범위한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를 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들>
Q. 대가를 받지 않고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이전하는 경우에도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A. 토지거래허가는 유상 계약에만 적용이 됩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Q. 매수인이 대금을 주지 않습니다.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A.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할 수 없습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었습니다. 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A.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계약은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됩니다. 허가구역 지정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지정 해제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은 유효하게 됩니다.
Q. 매도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인 것을 숨기고 팔았습니다. 계약의 해제가 가능할까요?
A. 사기에 의한 계약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 계약해제가 가능합니다. 계약 자체에 존재하는 취소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Q. 매도인이 토지거래허가 신청에 협력하지 않아서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A.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을 불이행 할 시에는 매수인이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는 약정을 했습니다. 결국 매수인의 과실로 인하여 토지거래 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매도인은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나요?
A. 당사자 일방이 토지 거래 허가를 받기 위한 협력 자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가신청에 이르기 전에 매매 계약을 철회하기로 한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한 약정은 유효합니다. 따라서 매도인은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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