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1일부터 성년 연령이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춰진다. 따라서 1994년 7월 1일생부터 부모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등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고(故) 최진실씨의 사망으로 논란이 됐던 생존 배우자의 친권 자동승계 규정도 폐지돼 가정법원이 자녀양육에 적합한 사람을 친권자나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게 된다. 또 인터넷으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전자사법서비스 범위도 확대되며,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진술조력인제도가 도입돼 피해자 보호가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개정 민법 7월 1일부터 시행= 개정 민법은 우선 민법상 성년을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췄다. 공직선거법은 이미 만 19세 이상을 성년으로 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도 만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 법에 따라 만 19세 이상이 되면 부모 동의 없이 단독으로 전세 계약을 하거나 휴대전화 개통, 신용카드 개설, 보험가입 등을 할 수 있다.

또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되고 '성년후견제'가 본격 시행된다. 성년후견제는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계약 등 법률행위를 할 때 자신의 능력에 맞게 변호사나 법무사 등 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맞춤형 후견제도다. 미성년자 입양 허가제도 같은 날 시행된다. 현재는 친부모만 동의하면 미성년자를 쉽게 입양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원이 양부모의 양육 능력, 입양 동기 등을 엄격히 심사해 입양 허가를 해줘야 입양이 가능해진다. 이미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지난해 8월부터 보호자가 없거나 행방불명돼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의 요보호아동에 대해서는 입양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최진실법'도 시행돼 이혼 후 미성년 자녀의 친권을 갖고 있던 한쪽 부모가 사망할 경우 생존한 나머지 부모의 친권이 자동 부활하던 제도가 폐지되고 법원이 양육능력과 자녀의 의사 등을 고려해 친권자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2008년 최진실씨 사망 후 자녀들의 친권이 친아버지인 고(故) 조성민씨에게 자동으로 넘어갔는데 아이들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외할머니가 친권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논란 속에 만들어진 개정안이다.

◇인터넷 가처분 신청 등 전자사법서비스 확대= 1일부터 동산·채권담보등기도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청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열람하고 등기 내용을 발급받을 수도 있다. 수수료는 열람 700원, 발급 1000원으로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오는 15일부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전자소송에 관한 사항을 열람·조회할 수 있도록하는 '모바일 전자소송 서비스'가 지원된다. 전자소송 사건의 정보조회, 전자기록열람, 송달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앱스토어 등을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15일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어플리케이션을 배포하며, 애플용 어플리케이션은 7월 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9월 16일부터는 가압류 신청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 보전처분에 대해서도 전자소송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민사집행법상 보전처분에 따른 사건과 가사소송법상 가사보전처분에 따른 사건도 포함되며, 민소법상 제소전 화해와 벌칙에 따른 사건에 대해서 동일한 서비스가 지원된다. 가압류, 가처분 등의 보전처분은 물론 제소전 화해나 공시최고 사건에 대해 전자 신청과 결정이 가능해진다. 보전처분 전자신청시 약정서가 각서 등 각종 첨부 서류는 스캔을 하거나 전자파일 원본을 제출하면 된다.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됨에 따라 12월 19일부터는 진술조력인 제도가 도입된다. 법무부가 양성한 진술조력인이 의사소통 능력이나 표현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 아동과 장애인을 위해 수사·재판에 참여해 각 기관 관계자와 피해자와의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법무부는 다음달 임상심리학 학위소지자 등 관련 전문가를 50명 규모로 선발해 5개월여의 교육과정을 거쳐 수사과정은 물론 재판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기관이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측에서 요청하는 경우에도 진술조력인을 활용할 수 있다.

7월 1일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는 외국인은 유엔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라 공항·항만에서 바로 난민신청을 하고 사전심사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입국한 뒤 체류 지역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만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 보장, 직업훈련 및 사회적응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국회 통과 주요 법률= 공무원이 뇌물로 형성한 불법 재산에 대한 추징시효를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시행 시점에 몰수 또는 추징 절차가 진행중인 경우에도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오는 10월로 만료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의 시효도 2020년 10월까지로 연장된다. 개정안은 또 뇌물로 형성된 불법 재산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가족이나 측근이 자기 명의로 옮겼을 때에는 해당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는 싸이코 패스 등 정신장애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살인범죄자들의 치료감호기간을 법원의 결정으로 3회까지 매회 2년의 범위에서 늘려 현행 최장 15년에서 21년까지 연장하는 '치료감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공무원이 부모나 배우자, 자녀 또는 배우자의 부모 외에 조부모나 손자녀의 간호를 위해서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 본인의 질병 휴직 기간도 현행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국회는 지난달 25일에도 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고발 요청권을 감사원장과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 등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8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33년간 유지돼 오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폐지됐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특허법률사무소의 대형화·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유한회사 형태의 특허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도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구성원들이 무한책임을 지는 기존 합명회사 형태의 특허법인 외에 5명 이상의 변리사를 구성원으로 하는 유한회사 형태의 특허법인도 설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