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기준으로 기존 아파트 값은 2007년 초에 비해 30-40% 떨어졌고, 입주 중이거나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 값의 거래 시세도 분양가에 비해 30-40%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새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에서는 원래 분양계약대로 값을 다 내고 입주하라 하기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은 ‘계약에는 사정변경이 있다’ ‘건설업체도 30-40%를 깎아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이 요즘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너는 손해를 보고 팔지라도, 나는 그리 못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들은 ‘내가 봉이냐?’ ‘신도시 인프라가 왜 이 모양이냐? 그리고 아파트 품질은 바느질 솜씨 서툰 핫바지처럼 왜 품질이 떨어졌느냐? 이대로는 못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겠다.’며 서로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밀고 당기다보니 결국 집단소송으로 비화된 것이고, 수도권만 하더라도 50여 곳이 넘습니다. 또 소송은 하지 않아도 입주할 수 없다는 버티기 입주분쟁이 일어나고 있음도 사실이구요. 수도권 어느 신도시의 입주율 30%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건설업체들도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입주예정자들로서는 눈앞의 손해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고, 그나마 살던 집이 팔리지 아니하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내 집 싸게 팔고, 값 내린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를 좋아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매스컴 이곳저곳에서는 집단소송을 걸고 있는 입주예정자들이나 입주불가능인 입주예정자들을 싸잡아 ‘집값이 내려가자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음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과연 입주예정자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일까요?
입주예정자들이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뀌었으니 바뀐 대로 살자는 주장일 것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분양 당시 분양가가 5억 원이었던 새 아파트가 지금 3억 원인데 5억 원을 다 내고 들어오라면 어느 누가 좋다할 사람 있겠습니까.
예를 들면 수도권 외곽 신도시의 토지를 매수한 건설업체들은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인해서 분양도 해보지 못한 채 토지주택공사에 계약금을 몰수당하고 계약해지를 당한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수분양자가 입주를 못한 것과 분양을 못한 건설업체와 다를게 뭐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건설업체는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기 위해서 수분양자를 고양이 쥐잡듯 하고 있습니다.
계약 후 시세에 현저한 변화가 생겼다면 당초 계약은 조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법의 묘미인데 왜 그런 점은 무시하면서 이런 일을 억지로만 몰고 가려는 것일까요?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이 소리 없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허접하게 지어놨거나 인프라는 엉망인데 돈은 원래대로 내라하니 입주예정자들은 복장 터질 일입니다.
입주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누가 손해를 보게 될까요? 이건 세 살 먹은 어린애에게 물어봐도 건설업체라는 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 큰 사람들이 이를 거꾸로 해석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하지 못하면 건설업체들은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합니다.
몇 개월 전 김포 어느 아파트 집단소송 선고에서 입주예정자들이 패소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신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집단소송에서 패소하면 입주예정자들은 이자 폭탄을 맞는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건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 건설업체에서는 1심 끝나자마자 모든 이자 면제조건으로 3천만 원 정도 할인해 줄 테니 입주해달라는 권유를 하였고, 그 조건을 받아 입주한 수분양자들이 있었을까요? 그래도 입주예정자들은 반발이 심합니다. ‘5억짜리 집에 3천만 원이면 애들 떡값이다. 더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항소해서 또 1년을 끌고 가겠다.’고 말입니다.
적게나마 깎아주겠다는 건설업체측 안을 받아들이고 입주하겠다는 수분양자들도 많습니다. 재판에서 졌지만 그분들에게 이자폭탄은 없었습니다. 아파트소송이 무슨 시리아 전쟁터인가요. 수분양자들에게 겁을 주게? 2008년 이후 집단소송에서 지더라도 이자 폭탄 맞고 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고, 그 이자 다 받은 건설업체도 없었음을 아시기 바랍니다.
입주분쟁의 두 가지 이유는 첫째, 품질이 나쁘고, 둘째, 분양가가 무거워졌다는 이유입니다. 본전도 무거워서 못 들어가는 마당에 이자까지 짊어지고 들어오라는 건 지나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그래서 집단소송이 일어나면 건설업체가 손해를 보게 돼있고, 그 여파는 은행까지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하지 않게 되면 은행과 건설업체에서는 ‘신용카드 정지, 재산가압류’ 등 공포탄을 쏴댑니다. 하지만 카드 안 쓰면 그만이고, 가압류로 경매되는 일은 최후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가압류 된 채로 살면 되는 것이고, 깡통주택에 가압류가 되면 오히려 훌훌 털고 나와 버리면 끝입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과 어떤 관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행권의 하수인이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 카드사는 신용정보회사의 명령에 죽고 사는지? 왜 고객의 신용카드를 함부로 정지시키는지? 카드가 정지되면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들 텐데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드 정지시키면 기분 나빠서 나중에도 그 카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은행권과 수분양자들의 싸움에 스스로 손해 보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 정지시킨 신용카드는 바로 가위질하는 것이 고객들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건설업체와 대출은행, 입주예정자들은 서로 오기로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입주예정자들도 건설업체측에서 합당한 해결책을 내 놓게 되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계획을 다시 짜야 합니다.
하지만, 당초부터 입주불능이거나 입주불가능일 때에는 아무리 좋은 입주대책이 나와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60%-70% 빚 안고 입주했다가 사업이 휘청거리거나 월급 통통 털어 바치게 되면 1년 안에 경매가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1-2년 잔금유예는 오히려 있는 돈까지 빼앗는 물 먹는 하마가 되고 있습니다. 집 다시 비워 줄 때에는 이사비도 없이 쫓겨남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입주 형편이 안 되면 위약금을 물더라도 안 들어가는 게 상책이다” 라고 생각하는건 당연지사 아닐까요?
지금 수도권은 미분양이 3만 5천 가구이고, 입주 못한 아파트가 2만 가구 정도 됩니다. 이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 부동산시장은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부동산 카페) 운영자. http://cafe.daum/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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