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부동산 중개수수료 역전 현상
ㆍ전셋값 폭등에 서민들 이중고
은퇴생활자 고모씨(76)는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아파트 92㎡를 4억8000만원에 전세계약하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로 240만원을 냈다. 같은 값의 아파트를 살 때 내는 중개수수료 192만원과 비교하면 50만원이나 비싼 금액이었다. 고씨는 “요율대로라면 350만원을 내야 했지만 사정하고 부탁해서 100만원 정도 깎은 것”이라며 “어떻게 매매 수수료보다 전세 수수료가 더 비싼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불합리한 수수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전셋값이 3억원 이상인 아파트는 같은 금액의 아파트 매매 수수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십수년 전 만들어진 수수료 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00년 7월 수수료율을 공포하면서 주택 거래가액 최고액을 매매는 6억원 이상, 전세는 3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집값이 6억원을 넘을 경우 중개요율은 거래 금액의 0.9%가, 전셋값이 3억원을 넘을 때는 거래 금액의 0.8%가 수수료 상한선이었다. 당시엔 전셋값이 3억원을 웃도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처럼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된 전세매물이 드물었고 매매 수수료와의 역전 현상도 거의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셋값 폭등으로 서울지역에서 웬만한 아파트의 전셋값이 3억원을 넘기면서 매매와 전세의 수수료 역전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수수료 체계대로라면 4억원짜리 아파트 매매거래 수수료율은 0.4%로, 지불해야 할 수수료는 160만원이다. 그러나 4억원짜리 전세 아파트라면 수수료율이 최대 0.8%라 320만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 때문에 현재의 시장상황에 맞게 수수료 체계가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규정은 0.8% 한도 내에서 의뢰인과 중개업자가 합의해 결정한다고 돼 있지만 사실상 중개업자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요즘 같은 전세난에 집을 구해달라는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에 세입자는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고 시장상황이 바뀐 만큼 가격대를 세분화하고 상한 요율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시장에서 매매와 전셋값 수수료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수요자와 공인중개사의 이해관계가 합치된 선에서 정한 것이 현재의 수수료율”이라면서 “전셋값이 갑작스럽게 오르면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갑자기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나 문제점을 검토한 뒤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